* 이 글은 공공운수노조 20대 대선정책 토론회 기후정의부문-공공중심의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모색에 토론문으로 제출된 글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탈핵정책, 노후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의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민사회로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과 기후위기대응 정책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구준모 연구위원의 발제 내용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며, 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토론을 이어가려고 한다.
1. 탈핵정책
발제자가 정리하였듯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는 그 자체로도 많은 문제를 가졌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론화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서 정부의 탈핵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취임 직후 신속하고 떠들석하게 구성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와는 대조적으로 거의 2년 가까이 지나서야 졸속적이고 은밀하게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재검토 위원회의 운영 과정을 보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우리 나라는 20년이 넘게 고준위핵폐기장 부지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발제에서 언급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고준위와 중저준위 폐기물을 분리해서 중저준위 폐기장을 선정한 과정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해당 지역에는 3,000억 원의 유치 지원금과 8조 원 상당의 지역지원, 한수원 본사 이전 등을 약속했지만, 지역 주민들을 설득한 중요한 논리는 따로 있었다. 해당 지역에는 더 이상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을 짓지 않을 것을 약속했으며, 실제 이 약속에 따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그 법 18조에는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은 유치지역에 건설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정부의 탈핵의 의지가 진정성이 있었다면, 사용후핵연료의 실태를 알리고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 입지 선정 문제를 전면에서 다뤄야 했다. 그렇지 않고, 월성 발전소내에 임시저장시설을 증설하며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한 결과 정정화 위원장이 사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정화 위원장은 사퇴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1년 동안 탈핵 시민사회계의 참여와 소통을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지만, 산업부에 대한 불신의 벽을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시민사회계 참여를 끌어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어려워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위원장을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공론화의 기본 원칙인 숙의성, 대표성, 공정성, 수용성 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에는 이도저도 아닌 결정을 내렸고,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결정보다 나은 결정을 전혀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 보내고 있는 상태에서 기후위기를 핑계로 핵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세력이 활개를 치는 상황이 되었다.
2.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지속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공정률 10% 미만인 신규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 중단은 기업들의 급작스런 공정률 올리기와 손해배상 협박으로 무산되었다. 하지만, 그 때라도 공사를 중단시켰어야 했다. 올해 1월 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조되는 행보를 보였다. 임기 첫 날, 행정명령을 통해 캐나다 원유를 미국으로 수송하는 '키스톤XL' 송유관 사업에 대한 대통령 허가를 철회했다.
신규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탄소 잠김 현상을 고려하였을 때, 지금이라도 건설을 중단하는 것이 맞다. 민간 자본으로 지어지고 있는 신규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비는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총괄원가보상제도로 인해 그 비용이 얼마나 불어나든 기업이 손해보지 않도록 보장해 줄 수 밖에 없다. 민간기업은 건설비용 뿐만 아니라 운영과정에서도 손해 볼 걱정이 없다.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오롯이 시민들이다.
3. 천연가스와 수소경제
발제자는 주로 비용의 관점에서 천연가스 직수입 문제를 다루고 있다. 천연가스는 기후위기의 관점에서도 다시 평가 될 필요가 있다. 천연가스가 에너지 전환의 과도기에 당분간 백업전원과 난방 등 일정한 역할을 담당할 수 밖에 없지만,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을 불러온 수압파쇄공법(fracking)을 통한 섀일가스 추출 방식은 그 자체로도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수질악화, 지진유발 등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적극적으로 섀일가스 추출을 추진하던 영국은 2019년 말 수압파쇄공법을 전면 금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국제적 변화는 우리 나라의 가스 정책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 편 최근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수정된 2030 NDC에는 수소 부문이 새로 추가 되었다. 장기적으로 그린수소를 확대하겠다면서도, 2030 목표에는 △부생·해외수입 93만톤(47.9%) △추출수소 77만톤(39.7%)인 반면 그린수소는 24만톤으로 12.4%에 불과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는 추출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755만톤만이 탄소 배출양으로 산정되었다. 수소는 그 자체로 에너지원이라기 보다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매체이며, 현재의 기술로는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수소자동차, 연료전지 발전소 등 수소활용 기술을 우리나라의 주요한 발전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은 에너지 전환의 시급성을 고려하였을 때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4.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발제자가 언급한 것처럼 문제인 정부가 기존의 폐기물과 바이오 중심으로 비율 맞추기에 급급했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중심을 태양광과 풍력으로 이동시킨 것은 매우 바람직 한 일이다.
문제는 태양광과 풍력을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이다. 올 초, 전남에는 ‘농어촌파괴형 풍력, 태양광 반대 전남 연대회의’가 구성되었다. 기업에게 태양광, 풍력 사업을 맡겨놓은 결과 지대가 싼 곳으로 태양광 발전이 몰려 농촌과 연안습지를 파괴하고, 지역 주민들을 갈등으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신안 염전의 1/3이 태양광 부지로 팔려 전 소금값이 올랐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5. 기후정의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기후정의는 정의로운 ‘과정’을 통해 탈탄소 사회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는 ‘결과’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보면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본인이 약속했던 탈핵도,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도 모두 지키지 못했다. 또한, 이전 정부의 잘못된 결정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도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더 나은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기후위기의 당사자들을 이 상황을 함께 겪고 극복할 파트너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절차와 요식행위로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반영되는 건 사측, 경영진의 목소리 뿐이다.
6. 우리가 가야 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길
발제자가 제안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안 3가지에 매우 동의한다. 그 중에서 ‘생태적인 재생에너지’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보완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앞으로 한정된 토지 안에서 에너지, 먹거리, 물 등이 경쟁하는 관계에서 어떻게 토지이용을 배분할 것인가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다.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동시에 지방이 에너지 식민지가 되는 것을 막기위해 광역시 중 전력자립도가 낮은 대전, 서울, 광주, 대구 등의 전력 자립도를 높이고 건물 및 유휴부지 태양광 사업을 의무화 해야 한다. 또한, 도로 위 태양광 방음터널 등 비용이 더 들더라도 이미 개발된 토지를 중심으로 이중으로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곳에 최우선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지방을 착취하지 않으면서 석탄발전소 문제나, 송전탑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도시에는 태양광, 바다에는 해상풍력을 기본 에너지원으로 하여, 절대농지와 연안습지는 보존하는 에너지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최근 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의 경우 대부분 연안에 위치하고있는 산업단지 등 집약도가 높은 에너지가 필요한 지역에 연계하되, 다만, 해상풍력의 경우 지역의 어촌계 등 연안과 해양 생태계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공동체의 동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필수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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